
'아로와 완전한 세계'는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 읽은 책이다. 처음에 읽었을 땐, 어린 내 머리로 완전한 세계와 불완전한 세계를 바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불완전함은 부족한 것이고 완전함은 완성되어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완전함은 이미 완성되어 성장할 수 없고 불완전함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다니, 아로의 여행을 한 4분의 1정도 함께 했을 시점에서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때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불완전한 세계 사람인 아로의 완전한 세계에서의 경험은 지금도 약간 눈물이 나게 하는 것 같다.
완전한 세계와 불완전한 세계와 함께 나에게 놀라움을 주었던 것은 작가님의 표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한 표현을 할 수 있지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판타지를 좋아해 수많은 판타지 책을 읽었지만, 아로와 완전한 세계처럼 사소한 것들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미묘하게 표현한 책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결국 순식간에 아로와 완전한 세계를 다 읽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팡이 경주와 세 남매 중 첫째인 아진이가 경험한 완전한 세계 이야기도 다 읽었다.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그 이후로 시리즈가 더 있었는지 사실 기억은 안 나지만 생각난 김에 있으면 더 읽어보고 싶긴 하다.
요즘 sns의 발달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온갖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살기 때문인지, 나는 한없이 못나고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대단하고 멋있는 사람들은 차고 넘치는 것만 같다. 의욕이 차올랐다가도 의기소침해지고, 이런 내가 한심해 눈을 하루에도 몇 번씩 글썽인다. 눈물이 메말라 버린것 같아서 걱정했던게 겨우 몇 달 전이다. 아무래도 남이 한심한 행동으로 나에게 상처주는 것보다는 나 자신이 한심한게 가장 슬픈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다들 잘 하는 것도 많고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달려가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내 삶은 바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그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잘못 사용해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으로 완성하는데 써버리면 어떡하지, 싶은.
얼마 전에 무슨 테스트를 했는데 자기 조절 능력이 완전 부족하다고 나왔다. ㅋㅋㅋㅋ... 예상은 했다. 하고 싶으면 하는데 하기 싫으면 진짜 안하는 사람, 초등학교 선생님이... 떡잎부터 알아보고 너도 너가 그러는 거 알아?? 라고 하면서 놀라셨던 내 성격 ㅋㅋㅋㅋㅋㅋ. 선생님 근데 저도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절대 안 하면서 살 줄 몰랐어요... 그리고 저는 다 이러고 사는 줄 알았는데 저만 이러고 살더라고요. ㅎ 어떻게 하는 건데요 하기 싫어도 그냥 하는 거 ㅠㅠㅠ 진짜 정말 하기 싫다고 안 하는 사람 나밖에 없어. 또 나만 진심이었지?

우리는 불완전한 세계에 산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야기가 차고 넘쳐 쓰일 곳이 없어 균형이 무너져버린 완전한 세계 같기도 하다. 너무나 많은 것이 포화상태여서 여기 저기서 갈등이 일어나고 다른 한 구석에서는 모든게 부족해 채워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하는 것이 균형이 무너져버린 것 같아보인다. 이것도 불완전함의 일부일까. 우리는 아직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걸까? 아니면 완성이 너무 가까워져서 조금의 노력은 소용없는 짓이 되버리는 시점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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